성장은 결과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매일 20만 원씩 용돈을 꼬박꼬박 쥐어준다고 해서 그 아이가 성장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과로서의 20만 원은 아무것도 길러주지 않는다.
성장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 20만 원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해내게 만들고,
- 어떨 때에는 그것을 받을 수 없음을 알게 해주고,
- 그렇지만 그 일을 끝까지 완주했던 경험을 남겨주고,
- 마지막으로 그 결과를 가치롭게 말로 새겨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이 네 가지가 겹쳐질 때에야 비로소 사람 안에 무언가가 자라난다. 받았기 때문에 자라는 게 아니라, 받지 못할 수도 있었음에도 끝까지 갔던 그 경험이 자라게 하는 것이다.
투기가 아니라 성장으로 살기로
나는 인생을 투기처럼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뜰 것 같다”는 감각만으로 어떤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 그건 결국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지, 내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거기 머무는 시간 동안 내 가치가 두 배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성장이 아니라 베팅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그 반대다.
내가 성장을 느끼면서, 내가 벌어들이는 가치가 배가 되는 방향.
가치를 두 배로 확장하는 방향.
이것이 내가 배운 외적 가치의 모양이다. 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가치가 두 배가 되도록 나를 끌고 가는 것.
그래서 지금의 회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솔직하게 적자면, 지금 회사에 대해 나는 아쉬움이 많다. 회사가 내게 주는 가치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그런데 동시에 “이 회사 잘 될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이 두 감각이 같이 살고 있어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위에서 적었듯이, “잘 될 것 같으니까 머문다”는 건 결국 투기다. 내가 자라지 않는 자리에서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은, 매일 20만 원이 손에 떨어지길 기다리는 아이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느낌을 근거로 삼지 않기로 한다. 나의 결심과 선택을 외면하지 않고, 내가 가치를 느끼는 방향으로 — 내가 두 배로 자라는 방향으로 — 걸어가기로 한다.
의지만이라도 올바른 방향에 붙여둔다
이성과 감정이 같이 합을 이뤄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이 최상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갔다. 감사의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서, 감정과 이성이 가끔 제정신이 아닌 듯 난리를 친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선택만큼은 올바른 방향으로 내리는 것.
그리고 의지만이라도 그 방향에 붙여두는 것.
이성과 감정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의지가 한쪽 끝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면 나는 결국 그 방향으로 간다. 합일은 그 뒤에 천천히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조급함을 들여다본 저녁
오늘 하루의 끝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적어둔다.
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단 하나의 변수만 남겨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 정작 그 결과가 도착했을 때 그것을 수습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들지는 계산조차 되지 않는 자세. 빠른 결과를 손에 쥐기 위해 말이 되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인정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 자극에 반응하고 있는 나도 그들과 같다. 결을 공유하고 있다. 더 빠르게, 더 빨리. 같은 조급함이다.
조급함은 성장이 아니다. 조급함은 투기다. 작은 변수 하나에 결과를 통째로 걸어버리는 마음, 그것은 위에서 내가 거절하기로 한 바로 그 자세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이것이다.
큰 도약을 기다리지 않는다.
작은 순간 하나에서 마음가짐을 바꾼다.
그 작은 한 번을 끝까지, 여유롭게, 정확하게 살아낸다.
여유로움은 느슨함이 아니다. 여유로움은 조급함에 끌려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진 사람의 자세다. 나는 그 자세 쪽으로 옮겨간다. 오늘 저녁부터.
여유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 내적 가치라는 빈칸
여기까지 적고 다시 읽어보면, 글 하나가 비어 있다. 외적 가치는 분명한데, 그 안에 내적 가치가 빠져 있다. 방향은 그렸지만, “그래서 매 순간 무엇을 하라는 건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로 멈춰 있다. 그 빈칸을 채우지 않으면 이 글은 결심의 모양만 갖춘 결심이 된다.
그래서 빈칸에 정확히 박아둘 답은 이것이다.
여유로운 상황 안에서, 어떻게든 내가 추구하는 비전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찾아낸다.
그 가치에 최선을 다해 임함으로써, 비로소 그 여유를 즐기는 자세를 가진다.
여유는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다. 여유는 비전에 정렬된 가치를 발견하고, 거기에 나의 최선을 부어 넣는 시간이다. 그제야 여유는 게으름이 되지 않고 성장이 된다. 그제야 외적 방향과 내적 행위가 한 줄로 꿰어진다.
외적 가치는 방향이다. 내적 가치는 그 방향 위에서 매 순간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에 최선을 다하는가이다. 둘이 만날 때에야 비로소 — 가치는 두 배가 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내가 다시 한 번 묶어두는 매듭은 이것이다. 여유 안에서 비전을 거든다. 그리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내려는 한 줄짜리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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